당신이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딸자식을 가진 가장이라고 생각해보자. 직업은 의사고 한적한 교외에 집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당신의 사랑스러운 딸내미가 불한당들에게 욕보이고 살해당해버렸다. 마침 그 나쁜놈들이 당신의 집에, 당신의 정체를 모른채, 찾아왔다. 그렇다면 당신의 인간성은 어디까지 갈 수 있겠는가? 황당하고 자극적인 이 상황은 호러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데뷔하게된 작품, '왼편 마지막집'의 얘기다.

The Last House on the Left

당시인 72년에야 그랬겠지만 지금의 관객들이 보기엔 많이 조잡하고 유치하고 덜 자극적이다. 직접적으로 절단이나 상해부위를 비춰주지도 않고, 상황만 자극적일뿐 실질적으로 성교장면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B급 호러답게 유혈은 충분하고 70년대의 조잡한 필름때깔이 피해자 매리의 심경만큼 불쾌하고 역겨운 느낌을 충분히 조성한다. 당시 B급 호러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실없는 유머코드는 썰렁하지만 나름 귀엽다. 전반적인 편집과 연출도 B급 호러의 전형을 달리고 위에서 언급한 얘기가 스토리의 끝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나쁘지가 않다. 웨스 크레이븐의 이름값보다는 호러라는 장르, 특히 B급을 자처하는 영화라면 전형의 공식에 충실하는것이 본전치기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고어에 가까운 요즘의 슬래셔 무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별다른 특수효과도 없이 피만 넘쳐나는 이 영화가 우스울지도 모른다. 거기다 촌스러운 화면빨에 어색한 연기들은 실소까지 자아낸다. 그렇지만 그것이 B급의 매력이다. 비현실적이어서 실감하기 어렵지만, 자신을 대입해 본다면 사실상 굉장히 소름돋히는 상황들이다. 자신의 딸을 강간해 죽인 범인들을 맞이하는 매리의 부모나, 매리의 부모에게 갖은 엽기적인 방법으로 처단당하는 그 나쁜놈들이나 하나같이 공포 그 자체의 상황에 놓여져있다. 사타구니가 움찔한 몇장면과 가볍게 웃어 넘길 상황으로 가득찬 이 영화 왼편 마지막집은 늦은밤 불끄고 캔맥주 한잔하면서 보기에 딱 좋은 B급 호러무비다.

The Last House on the 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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