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윤무곡, 영화 박쥐

영화 보고 JNSC 2009/05/07 14:30 posted by 윤기완
박찬욱식의 JNSC은 항상 나에게 잘먹힌다. 복수는 나의것에서 보여준 분노는 치가 떨릴 정도였고, 이금자의 구원을 향한 열망은 성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박쥐에서 보여준 욕망의 노예 김옥빈은, 대한민국 신상 비치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덤으로 찍어먹을 송강호 고추와 함께.

박쥐

갈구하고 갈구하며 또 다시 갈구한다. 욕정은 서로를 탐하게 만들고, 탐욕은 욕망 자체를 갈구하게 된다. 태주의 욕망은 끊임없고 정도가 없으며, 핏자국 처럼 선명하게 물들어간다. 동네 아저씨같은 흡혈귀 상현은 나약하기 짝이 없는 종교적 경계선에 서서 갈등한다. 그런 상현을, 태주는 갈구할 뿐이다. 그리고 피를 원하는 욕망은 태주, 혹은 상현 스스로가 가진 욕망자체의 꼬리를 문다. 그 욕망은, 벗겨지는 태주의 원피스처럼 거침없이 매끄럽게 젖어든다.

박쥐

태주가 라여사와 일하는 한복가게는 기괴하기 짝이 없다. 80년대 서양 기성복에나 어울릴 마네킹은 조명을 벗삼아 전위적인 아우라를 뽐낸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인 한복이 박찬욱 스타일의 작위적이고 연극적인 소재로 탈바꿈 되고 있다. 그들이 사는 집과 한복가게는 마치 인간의 마음속을 닮아 있다. 수많은 욕망의 존재들이 꿈틀대고 부대끼며 살아숨쉰다. 욕망은 존재자체로 그들 스스로를 움직이게 만든다. 검붉은 피로 연주되는 윤무곡에 맞춰 원무를 추듯, 흡혈귀는 끊임없이 피를 향해 춤을춘다.

구원을 해달라고 그렇게 애타게빌던 이금자는 태주와 상현앞에선 민망할지도 모른다. 상현은 그나마 태주에 비한다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태주는 욕망그자체다. 태주의 욕망은 끝이 없다. 욕망이 욕망을 원하고 욕망을 갈구한다. 만족은 없고 본능에 충실할 뿐, 그 속으로 스스로를 내던진다. 결과는 파멸이고 남는 것은 한 줌의 재. 바싹 타들어가는 순간에도 태주와 상현은 서로를 탐한다. 자신들에게 남은것이 덧 없는 욕망은 뿐이란 사실을 인지하듯, 절규와 고통에 몸부림 친다.

박쥐

원하는것과 당장 눈앞에 보이는것의 차이는 극명하다. 상현은 태주를 원하고 태주는 상현을 갈망한다. 서로의 피를 빨면서 서로의 몸을 탐한다. 서로를 원하면서도 상대방을 경멸한다. 사랑은 욕망으로 뒤틀리고,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치 피가 역류하듯 원무는 점점더 광기로 문들어가고, 서로의 피를 들이마신다. 욕망은 덧없다. 갈증에 몸부림치는 흡혈귀에게 신선한 피 한트럭을 가져다준다 한들 바뀌는 것은 없다. 피를 원하는 흡혈귀는 물론, 욕정에 사로잡힌 인간도 욕망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마치 살아가는 원동력인냥, 끊임없이 탐하며 살아가는게 인간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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