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와 호러의 조합은 땡기지 않는 소개팅만큼 불편한 만남같아 보인다. 마치 루크가 광선톱을 들고 레이아를 쫓아다니는 풍경이랄까. 장르적 관점에서 폴 앤더슨은 스스로가 고수하는 타입이 있다.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모탈컴뱃은 의아스럽지만, 모든 작품을 열거해보면 헐리우드스타일이 첨가된 전위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SF적 취향에 끔찍하고 고어스러운 호러를 관장시켰다.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에 말이다.
Event Horizon

배경은 2040년, 까마득하다. 우주선이 나오고 군인들이 난파선을 구조하러 가는, 다소 뻔한 설정이다. 난파당한 이벤트 호라이즌호는 악마다. 차원이동기를 통해 이벤트 호라이즌은 지옥을 갔다왔다. 연속적이지만 순간순간 스쳐가는 지옥도의 모습은 헬 오브 헬이다. 여기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 지옥도의 모습을 더 보고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중세의 관자형을 연상시키는 고문기구나 구더기, 떨어져나간 살점,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는 내장등등 상상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장면들이 너무나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 난 그런것을 제대로 보고싶단 말이다.
실체없는 악령에 대한 호러이기 때문에 에일리언같은 스릴러 스타일의 긴장감은 없고, 엑소시스트에 가까운 찝찝하고 축축한 공포감을 전해준다. 후반부는 짧지만 강도높은 고어씬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영화의 기본 구조는 뻔한 헐리우드 스타일의 SF를 답습하고 있지만, 잘짜여진 호러요소가 매끄러운 연결을 도모한다. 폐쇄된 공간내에서 실체없이 조여오는 공포감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지옥도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메이저 영화로써는 적당히 강도를 조절했다고 볼 수 있다.
SF영화에 호러의 첨가는 B급 괴작을 낳을 수 있는 위험한 조합이다. 이벤트 호라이즌의 경우도 후반부 불쑈덕에 영화전체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분명 잘 만들어진 영화다. 호러영화로썬 이색적인 배경과 동시에 상당한 수위의 고어씬들과 힘조절이 잘된 긴장감이 있다. 결말에 있어선 헐리우드의 한계를 넘진 못했지만 연결구도가 촘촘한 호러장치와 수위를 가까스로 맞춘 고어씬이 이 영화를 빛나게 하고 있다. 와이어 박사는 우리가 가는 곳엔 눈이 필요 없다고 했지만, 끔찍한 지옥도를 확인하고 싶다면 두 눈을 크게 뜨고 이 영화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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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감상기를 이렇게 보게될줄은 몰랐네요. 제가 10년 전에 신촌극장에 있는 개봉관에서 평일 오전 시간대에 큰 극장에서 거의 혼자 감상하다가 놀란 영화였는데. 스타워즈인줄 알고 봤다가, 오맨을 보고 나올줄은 몰랐다는..특히 함선에 남아있던 영상에 비춰진 선원들간의 카니발액션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눈을 후벼파면서 미친듯이 깔깔대던 그 모습은 생생합니다..좋은 영화라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싶습니다..
지옥으로 부터 널 구해라 라는 멘트가 인상적이었죠. 저도 SF영화인줄 알고 봤다가 생각외의 성과를 거둔 영화였습니다. 이런식의 호러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죠 ㅎㅎ
전 케이블 영화나 공중파로만 수 번을 봤던 영화인데 dvd 로 보면 티비에서는 보지 못하는 잔인한 장면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충분히 잔인한데 더 잔인하다니. 옛날 영화 중에는 재밌는 작품이 많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에 보탬이 되준 영화 중에 하나에요. 샘 닐은 오멘을 보고 무서운 배우라고 생각했다가, 쥬라기 공원의 박사 역할로 좋은 이미지로 비춰지고, 다시 이 영화를 보고 무서운 배우로 인상이 바뀌었어요.
국가별로 편집이 천차만별이라하니 지옥도의 상세한 모습이 나온 버전을 보고싶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