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한창 비쥬얼락에 허우적 대고 있을때, Luna Sea의 Mother를 듣게 되었다. 있어보이기 좋아할 중딩에게 이런 메시지 강한 앨범은 딱이었다. 어린시절에는 단어와 문장이 가진 속살을 제대로 발라내서 먹지 못했다. 하지만 20대의 중반을 넘어가는 지금 이 타이밍이야 말로, 이 앨범 Mother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잘 할 수 있을것 같다.

Mother

드럼은 상기되고 기합이 들어가 있다. 기타는 날카롭고 베이스는 묵묵하다. 편곡은 유연하고 일관적이며, 날카롭고 찢겨지는 스트링이 전체를 관통한다. 카와무라 류이치의 보이스는, 특유의 가늘고 유들한 느낌이 사라지고, 초기의 싸이키델릭한  광기가 뭍어난다. 헤비하지만 속도감은 별로 없다. 메시지는 하나고 분명하다. Mother nature를 넘어서는, Mother of Love, Messiah.

Mr.Children의 深海에서는 도시인들의 마음속 뚫린 구멍을, 멸종에 비유했다. 추상적이면서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관철시키기엔 충분했다. Mother에서 말하는 우리들, 즉 문명인들이 바라는 구원이라는 것은 비극적이다. 이유없는 고독감과 끊임없이 갈망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성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찾으려 할 수록 멀어지고, 잡으려 할 수록 떨어져 나간다. 사랑과 영혼마저 빼앗겨 버린채 좀비화된 우리 말이다.

잿빛 도시를 관통하는 미학은 우울함이다. 메시아를 찾아 해메이는 어린양들은 갈길을 잃어버린다. 줄리안 무어처럼 눈 먼 자들을 이끌어줄 선구자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모두 시력을 잃고서 순응하는듯 하다. 유일하게 잡히는건 날조된 내일에 대한 희망이고, 긍정을 강요받는다. 누군가는 파괴하고 누군가는 다시 재건한다. 그것은 메시아가 사라진, 희망없이 썩어빠진 마천루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트랙과 트랙의 세포융합이 하나의 대작을 만들기보다, 곡들은 하나하나가 단세포 생명으로 연명하고 있다. 그 세포들은 서로 전혀 다른 종은 아니라서 유기성은 남아 있다. 그 세포 하나하나는 우울하고 희망을 잃었다. 전력을 다해온 뒤 남아 있는 것이 없을 때의 허탈감과 위화감만을 배워왔을 뿐이다. 몽유병 환자처럼 사랑을 잃고 등을 구부린채 움직인다. Luna Sea는 지독히도 씁쓸하게 연주하고 있다. 슬프지만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방관할 뿐이다.

luna sea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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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BlogIcon 백작 at 2009/05/15 02:57

    중딩이 듣던 비주얼락이라...
    그리고...지금은 20대 후반을 넘었어라???

    오, 마이 갓!
    기완님이 왜 이리 잘 익어 보이는지요... 멋집니다. ;)

    덜 익은 노장이. ^^

    • Commented by BlogIcon 윤기완 at 2009/05/15 02:59

      아직 20대 후반은 아닌데 ㅋ_ㅋ 잘 익었다니 설레이는 표현이네요. 저도 30대가 되면 잘익은 남자가 되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