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7 - [음악 듣고 JNSC] - 극도로 정적인 bjork의 앨범, Vespertine
2009/04/14 - [음악 듣고 JNSC] - 음악의 본질은 목소리, bjork의 Medúlla 앨범

bjork는 비주류의 화신이다. 모든 이가 업신여기고 지독히도 혐오하는 것들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기이하다. Vespertine 앨범에서 그녀가 창조한 피조물들은 비로소 이 라이브 DVD, live at royal opera house 에서 생명을 피우고 꿈틀대기 시작한다.

bjorklive at royal opera house

이 라이브의 구성요소는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주인공 bjork, 요정같은 화음의 Greenland Choir, 모든 사운드 믹싱을 하는 Martin Schmidt와 Drew Daniel, 하프와 여러가지 조율을 하는 Zeena Parkins 그리고 Novecento Orchestra 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심은 bjork가 모든 걸 통제하는 창조주로써의 면모를 과시하게 된다.

bjork live at royal opera house


Greenland Choir는 코러스로써의 기술적 위치를 넘어서 여신 bjork를 따르는 숲속의 레프러콘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천진난만한 장난기 넘치는 아이처럼, 때로는 그녀를 시샘하는 시선으로 bjork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단순히 후렴구의 반복만을 노래하는 코러스가 아닌, bjork와의 소통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스토리텔링을 들려주고 있다.

live at royal opera house 에는 화려한 조명과 스크린 플레이는 없다. 10가지도 안되는 대형 그림을 슬라이드 쇼 하듯이(슬라이드 쇼라 하기엔 텀이 굉장히 길다) 보여주고 조명은 무대를 밝히는 정도다. 하지만 믹싱을 하는 Martin Schmidt와 Drew Daniel을 스테이지에 노출시키고 그 과정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과적으로는 bjork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을 있는 그대로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이 된다. aurora에서는 자갈을 밟아 그자리에서 소리를 바로 뽑아내고, hidden place에서 트럼프 카드를 넘기며 들려주는 무작위스러운 사운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Martin이 핀마이크로 Drew를 더듬는 소리는 효과적으로 Cocoon의 의도된 노이즈로 사용된다.

bjork live at royal opera house


Zeena Parkins의 하프 퉁기는 소리는 겨울바람처럼 앙칼지며 처마아래 고드름처럼 날카롭다. 비교적 유들유들한 bjork와 Greenland Choir의 대화에 활력소가 되어 탄력적인 운율이 되어준다. All is full of love나 pagan poetry같이 하프소리가 주인공인 노래에서는 bjork의 절규보다 훨씬 구슬프다. 특히 모든 앙상블이 파국으로 치닫는 it's in our hands에서 하프는 광기를 표출하며 불편하고 낯선 느낌의 소리를 짜내는 베틀이 된다. 하지만 그 불편하고 낯선 소리의 옷감은 bjork에게 절묘하게 피팅된다.

bjork의 앨범중 가장 고전적이면서 정적인 앨범 Vespertine에 오케스트라는 어찌보면 가장 당연한 선택이었다. 주로 스트링 사운드를 이용해 음악을 꿰어가는 bjork지만 Vespertine의 정적이고 고요한 분위기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가장 잘어울린다. 그리고 그 효과는 라이브에서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여신 bjork와 레프러콘, Greenland Choir의 신경질적인 대화를 숨죽이고 지켜보는 숲속 나무들처럼 튀지않지만 든든하게 공연전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그리고 Martin과 Drew가 만들어내는 무작위적인 기계음은 이 클래식 악기들의 연주와 균형을 다투지만 여신과 레프러콘과는 다르게 조심스럽다.

bjork는 어둡다. 어둠속에서 조용히 외친다. 자신의 자궁에서 잉태한 소리들은 버섯의 포자처럼 숲의 바람을 타고 천천히 퍼져나간다. 그리고 Vespertine의 토양위에 천천히 싹을 피운다. 그리고 이 공연이 끝날때쯤이면 그 사운드의 식물들은 열매를 맺고 자신의 씨를 퍼뜨리고 있을 것이다. 또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bjork live at royal opera housebjork live at royal opera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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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Level18 at 2009/04/18 22:58  삭제

    Subject: 극도로 정적인 bjork의 앨범, Vespertine

    여전히 시적이며, 난해한 가사를 읊으며 조용하고 차분하게, 하지만 날카롭게 귀환한 얼음왕국의 여왕 bjork의 4번째 스튜디오 앨범 Vespertine을 소개한다. 어둠의 정원, 어둠의 여왕, 그리고 소녀 이 앨범에서 bjork는 3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homogenic부터 구축해 온 일렉트로닉 팝의 정원을 통해 대중과의 교감을 시도한다. 날카롭고 차가운 사운드지만 그것은 냉정함이 아닌, 보드랍고 차분한 느낌으로 앨범의 타이틀과 같이 온 세상에 땅거.....

  1. Commented by 공연장소가 at 2009/04/18 12:55

    비주류의 화신이 로얄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하다니 묘한 기분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