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 다량 함유

인간은 누구나 삶을 살아가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가장 근본적인 인간성이며 누구에게도 그것을 앗아갈 권리는 없다. 하지만 극심한 산업화로 인해 또다른 자본적 계급화를 불러 일으키며 인간의 기본적 권리마저 지켜지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인간은 다 똑같다. 하지만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인조인간에게도 똑같은 권리가 생기는 것 일까?

Blade Runner

블레이드 러너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시절의 일본의 거대자본에 대한 두려움은 영화의 곳곳에서 나타난다. 거리문화는 일본으로 대표되는 아시아 문화에 잠식되어있고 거대한 마천루의 광고판에서는 일본여인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코카콜라와 함께) 시도때도 없는 산성비가 내리고 세상은 항상 어둡다. 미디어는 계속해서 우주 식민지를 홍보하며 대중을 계도한다. 하지만 그 식민지 개발의 위험한 일들을 자신들이 창조한 레플리칸트(인조 인간)들이 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개의치 않는 듯 하다.

데커드가 레플리칸트 라는 사실은 영화 곳곳에 복선처럼 깔려있다. 하지만 데커드가 레플리칸트라고 해서 바뀌는 사실은 없다. 다만 그가 레플리칸트 라는 사실이 엔딩으로 치닫는 격정적인 느낌을 극대화 시켜준다. 데커드의 임무는 지구로 불법 침입한 진보된 레플리칸트, 넥서스-6들을 '은퇴'시키는데에 있지만 반대로 레플리칸트는 분노에 치를 떨며 복수를 하러 온것이 아니다. 그저 그들은 다른 평범한 인간들처럼 진정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물론 그 과정에 있어서 불가피한 살인도 저지르고, 몇몇 레플리칸트들은 호전적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자신이 레플리칸트 라는 사실을 알게된 레이첼은 분노심에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는것이 아니라 그저 데커드와의 사랑을 꿈꾸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한다.

식민지로 가는 삶은 그 만한 자격을 가진자들에게 주어진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 '낙오자'들은 어둡고 산성비가 가득한, 더 이상의 희망은 찾을 수 없는 지구에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 신체가 불편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사회로부터 소외받은 이들이 살아가는 지구는 대부분의 우리네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민지로 대표되는, 좀 더 살기 좋은곳에 대한 희망으로 살아 갈 수 밖에 없는 우리 자신들이다.

인생은 짧다. 모든것이 진짜가 아닌 가짜(인위적이고 만들어진)로 가득찬 블레이드 러너속 인간들은 진짜를 갈구하고 찾아나선다. 4년 밖에 안되는 수명을 가진 레플리칸트 들에게 이 모든 것, 즉 인생은 너무 짧다. 하지만 길든 짧든 모든 건 금방 사라진다. 진짜 인간도, 가짜 레플리칸트도. 극중 로이 배티의 대사처럼 말이다.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Time to die.


블레이드 러너에는 많은 판본이 있는데 가장 마지막에 나온 2007년의 '파이널 컷'으로 감상하길 추천한다. 그리고 원작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를 읽어 보는 것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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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soohaanii at 2009/04/05 20:25

    아주 어릴때 토요명화에서 봤을때는.... 그저 sf니깐...좋아라했었고
    ( 무슨 내용인지 모름.. 그냥 추적해서 나쁜넘들을... 죽이는것밖에..ㅎ)
    나이를 먹고 두번정도 봤을때는.... 쉽지 않은 내용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죠. 본문에서 제시한것 뿐만아니라... 인간과 신의 개념에 대한것도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죠.ㅎㅎ

    정말 인간적인 인조인간과 정말 인조인간같은 인간의 모습이
    오버랩되더군요.